40세 전후의 여성이 우울하고 피곤한 얼굴로 진료실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 어디가 불편하세요?
환자: 온몸이 다 아파요.
지난 15년간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통증센터장을 하면서 진료의뢰를 받은 환자중에 의외로 진단을 제대로 못 받거나 혹은 섬유근육통이 아닌데 섬유근육통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은 질환이 바로 이 “섬유근육통(fibromyalgia)” 이다. 아마도 의사가 이 질환을 염두에 두고 환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면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자는 온 몸의 아픈 부위 중 제일 아픈 부분만 이야기하기 쉽기 때문에 국소적인 질환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게 되고 반복적인 차단술 등 치료에 반응하지 않게 되면 그때부터 의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섬유근육통의 진단은 2010년에 개정된 ACR 섬유근육통 진단기준에 2016년에 일부 보완하여 적용하고 있다. 즉 전신통증지수(Widespread Pain Index)-예전에는 11군데의 통증부위가 진단기준- 와 함께 피로, 기억력저하, 개운하지 않은 아침기상 등 증상중증척도 (Symtom Severity Scale)을 사용하여 문진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표 참조) 학문적으로는 이 진단기준을 적용하면 되지만 필자의 경우 자주 묻는 질문은 “밤에 잘 주무세요?” “피곤하세요?” “혹시 대형마트에 장보고 나신후에 하루 이틀 드러누울 정도로 피곤하지 않으세요?” “다른 곳 아프신 데 다 말해보세요.” 이다. 대부분 이런 질문에 대체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환자가 반문하면 10에 9명은 섬유근육통이라는 일종의 감이 오게 된다. 여기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우울감을 동반하게 되는데 섬유근육통의 호발 연령이 40살 전후로 이때는 인생에서 육아, 직장스트레스, 가정문제(특히 시부모님과의 관계문제 등), 본인의 병에 대한 남편의 무관심 혹은 꾀병취급 등이 동반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것 만으로도 환자는 진료실에서 눈물을 보일때가 많다.
섬유근육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1세대에서 8배, 형제자매 간에는 13배정도 일반인보다 발생위험이 높다. 후천적 환경요인으로는 교통사고등의 외상, 바이러스감염, 호르몬이상, 통증증후군,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있을 수 있다. 중요 병태생리기전은 감각과 통증전달과정의 이상,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보다 통증이나 감각전달체계를 담당하는 신경이 예민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의 대표적인 약물은 항간질제,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 등 4가지계열의 약물은 쓴다.
비약물요법으로는 운동, 인지행동요법, 침술, 물리치료, 목욕치료, 명상운동이 권고되고 특히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 모두 통증과 신체기능 회복에 효과적이며 환자에 맞는 강도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운동요법과 함께 환자에게 좋아하시는 일 한가지를 해보시라고 권유하며 보호자 특히 환자분이 여성인 경우(섬유근육통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남편분께 환자분의 병이 꾀병이 아니고 이러이러한 병이라는 것을 설명해드리고 가족으로부터 정신적 지지를 받도록 유도한다.
섬유근육통과 감별해야할 질환 들은 중추감작증후군,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관절염, 전신성홍반성 낭창, 쉐그렌증후군, polymyalgia rhuematica), 근육질환, 내분비질환(갑상선 기능저하증,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말초신경병증, 다발성경화증, 근무력증 등이 있다.